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해야만 하는 이유

작가 황순원 씨의 소설 "소나기"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이들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소설일 것이다. 한편 서울대학교의 저명한 교수께서 저술한 전문서적에 대해서 아는 이들은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소설 소나기와 전문서적의 차이를 보면,

전문 서적은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상세하고 자세하게 묘사"하는 기법으로 작성된 글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런 글들은 독자 또는 독자의 생각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을 만큼 "완성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소나기는 모든 이야기를 대충 대충 기록하고 있다. 주인공 두 아이의 하루를 표현하더라도, 하루 일과 중에서 특별한 내용만을 묘사할 뿐 나머지는 소개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독자 또는 독자의 생각이 "감춰진 주인공의 일상"에 대해서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구조다.

쉽게 말해서
주인공과 그의 연인 사이에 특정 인물이 끼어 들었다고 하자.

전문 서적은

세 사람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잘 짜여진 관계도를 그려 놓고서, 그들의 행동이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해서 감추지 않고 모두 드러내 버린다.

소설은 다르다.

관계성의 일부를 감춰버린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추측할 수 있는 계기(틈)"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 틈은 독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의 추론을 발동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창의적인 활동을 이끌어 준다. 그래서 이러한 소설 또는 드라마 내용을 놓고서, 직장이나 학교, 가정 등 너나할 것 없이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작가의 노력으로 모든 것이 드러나 버린 순간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기회; 틈)는 소멸된다. 이 때문에 독자는 더 이상 흥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적당히 "감춰"지면

독자로 하여금 "독자 자신만의 상상력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는다. 즉 독자 스스로가 자진하여 기쁜 마음으로 일(work; 고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단 뜻이다.

이런 분위기를 얼마나 잘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훌륭한 작가인지 혹은 별볼일 없는 작가인지가 결정된다.
pixabay


창조주 하나님은

우리를 지으실 때, 한 눈에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하지 않으시고 오직 하나의 초점에 들어오는 부분만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하실 뿐 그 외는 흐릿하게만 보이게 하셨다.
이것이 육안을 가진 자의 눈동자가 초점(focus)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다.

어린 시절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 바람이 남으로 오네~~ 
"산 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사, 김동현 곡

이 노랫말이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다.

사람의 호기심은 이렇듯 "보이지 않는 부분"을 향하게 된다.
자신이 이미 보아 버린 부분, 환하게 드러나 버린 부분에는 곧잘 식상해 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사실은 자녀 교육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자녀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 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 생각하는 현대의 부모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그 자녀를 망치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그 자녀는 자신의 인생 전반에 대해 식상함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부모 조차도 그렇게 여겨버리게 된다.

부족한 생활에는 "인내해야 하고 절제 해야만 하는 고통"이 있다.
하지만 "이 고통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물론 부족하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과 다르다.)

그래서 창조주 하나님은

자신의 율례와 규례를 깨닫게 하기 위해,
우리들에게 부분적으로만 보게 하는 눈(과 생각)을 주셨고,
우리들의 삶에는 부족함과 그로 인해 생기는 고난을 주셨다.

모든 것을 채워주면 좋으련만....이라고 세상은 생각하는데,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은 이렇다.
여운(echo)이 깃들어 있는 소설같은 이야기를 던져 줌으로써,
우리들로 하여금 스스로 상상해야 하는 고난을, 기쁘게 여기는 자 되게 하려 하심이다.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자신의 피와 땀이 깃든 헌신이 필요한 삶.
이것은 자신이 저주 받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야훼 하나님께 사랑받는다는 살아 있는 증거다.
오늘은 이 사실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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