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분적으로 알고 부분적으로 예언해야만 하는 이유
작가 황순원 씨의 소설 "소나기"는 글을 읽을 줄 아는 이들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사랑하는 대표적인 소설일 것이다. 한편 서울대학교의 저명한 교수께서 저술한 전문서적에 대해서 아는 이들은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소설 소나기와 전문서적의 차이를 보면, 전문 서적은 다루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상세하고 자세하게 묘사"하는 기법으로 작성된 글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런 글들은 독자 또는 독자의 생각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없을 만큼 "완성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소나기는 모든 이야기를 대충 대충 기록하고 있다. 주인공 두 아이의 하루를 표현하더라도, 하루 일과 중에서 특별한 내용만을 묘사할 뿐 나머지는 소개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니 독자 또는 독자의 생각이 "감춰진 주인공의 일상"에 대해서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지는 구조다. 쉽게 말해서 주인공과 그의 연인 사이에 특정 인물이 끼어 들었다고 하자. 전문 서적은 세 사람의 관계를 일목요연하게 잘 짜여진 관계도를 그려 놓고서, 그들의 행동이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해서 감추지 않고 모두 드러내 버린다. 소설은 다르다. 관계성의 일부를 감춰버린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추측할 수 있는 계기(틈)"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준다. 이 틈은 독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각자의 추론을 발동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창의적인 활동을 이끌어 준다. 그래서 이러한 소설 또는 드라마 내용을 놓고서, 직장이나 학교, 가정 등 너나할 것 없이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작가의 노력으로 모든 것이 드러나 버린 순간 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기회; 틈)는 소멸된다. 이 때문에 독자는 더 이상 흥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적당히 "감춰"지면 독자로 하여금 "독자 자신만의 상상력을 끼워 넣을 수 있는 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