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보는 성경] 제논의 역설
수학에서 일정한 규칙에 따라 배열된 수의 열을 수열이라 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숫자들의 단순한 배열 또는 무한히 이어지는 배열"에 관심이 있는게 아니란 점이다. 수열의 예를 들어보면 "1, 3, 5, 7, 9 ..."등은 무한히 배열되는 수열의 한 예다.
사람들은 이러한 배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무한정 나열해야 하는 것에서는 어떠한 의미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도달할 수 있겠다 싶은 부분에만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바로 "수열의 극한"이라는 수학적 문제에 있어서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먼저 제논의 역설로 유명한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를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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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스와 거북이는 애시당초 비교할 수 없는 존재라는게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하나의 준비된 트랙" 위에서 경주를 하기로 약속한다. 단, 이 경주에는 특별한 제한 조건이 선행된다. 거북이는 아킬레스보다 "일정 거리"(약 10m) 이상을 앞서서 출발한다. 그렇게 아킬레스의 앞에서는 거북이가 이미 앞서서 달려가고 아킬레스는 거북이의 뒤를 쫓을 뿐이다.
거북이는 걸음이 느리다. 하지만 아킬레스가 10m의 거리를 단숨에 달려서 거북이의 위치에 도달할지라도, (비록 느리게 걸었지만) 거북이는 여전히 아킬레스보다 앞에서 달리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무한히 반복해도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추월할 수 없다. 이것이 제논의 역설이다.
모두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아킬레스는 당연히 거북이보다 훨씬 빠르다. 하지만 어떤 "특별한 영역"에 아킬레스와 거북이를 함께 두었더니,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영원히 추월할 수 없다."는 너무나도 엉뚱한 결과를 얻게 된다. 우리는 이러한 추론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논의 논리 가운데에서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반박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를 나눠보자.
높이 h를 갖는 탁자 위에서 공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상상해 보자. (단, 바닥에는 이미 완벽하게 정지해 있는 공이 있다고 하자.)
탁자 위에서 떨어진 공은"무한한 시간"이 흐른 뒤에 어떻게 될까?
당연히 "정지", 곧 완벽하게 정지해 있는 공과 동일한 상태가 될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학적 증명에 의하면 그 공은 정지할 수 없다. 다만 정지해 있는 상태를 향해 끊임없이 다가갈 뿐.
이 사실은 제논의 역설 그 자체로 충분한 설명이 된다.
탁자에서 떨어진 공은 땅에 닿음과 동시에 다시 튀어 오르는데, 이때 튀어오른 높이는 앞선 높이보다 낮은 높이가 된다. 즉 땅에 떨어졌다가 튀어 오르는 과정에서 "높이가 낮아지는 무한한 감소"가 계속되는데, 문제는 "0"(zero)가 될 수 없다는데 있다.
탁자의 높이를 1m라고 하자. 그리고 공이 튀어 오를 때마다 "이전 높이의 1/2"까지만 올라온다고 가정하자. 튀어 오르는 공의 높이는 최초 1m에서 낮아지고 낮아져서 한 없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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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높이의 값은 절대로 "0"(zero)가 될 수 없다.
0(zero)의 값을 향해 쉼없이 달려가 보지만, 그래서 곧 자신의 손에 잡힐 것만 같아 보이지만 결코 잡히지 않는다.
그러자 인간은 모든 과정에 대해 대대적인 "수정"(trick; 근사)을 가한다.
"무한히 달려가면 도달할 수 있다"는 것처럼,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이지만 그 편차 또한 계속해서 줄어든다면 이것은 "도달한 것"으로 간주하자고 협의한다. 이렇게 간주하는 것을 수학적으로는 "수렴"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탁자에서 떨어진 공이 "떨어졌다 튀어 오르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면, 그 공은 결국 "정지"하게 된다고 말한다. 수학적으로는 정지 상태가 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지한 상태에 이르렀다(수렴하였다)."고 말한다.
- "수렴"의 의미 속에는 "움직이는 공이 도달할 수 없는 정지 상태, 곧 아킬레스가 도달할 수 없는 거북이의 옆자리"를 마치 도달할 수 있다거나 혹은 도달했다고 간주하는 일종의 속임수를 포함한다. 학자들은 이러한 속임수를 "근사"(approximation)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얼버부린다.
제논의 역설에 대한 이해를
제논의 역설로 출발하면 우리는 그곳에서 반드시 "논증의 오류"를 찾아야 할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수열의 극한 문제를 설명하는 것으로 제논의 역설을 인용하면, 제논의 역설에는 "오류"가 없음을 알게 된다. 고로 "극한" 또는 "무한"의 문제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제논의 역설에는 어떠한 오류도 발견되지 않는다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제논의 역설에 대해 "이렇다할 반박"을 내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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